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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요약
물구나무를 선 채로 기네스 한 잔을 들이켠 남자가 있다. 넷플릭스 시각효과 부문에서 부사장을 지낸 케빈 베일리다. 스스로 나선 건 아니었다. 동료가 보여달라고 청했고, 그는 응했다. 회사가 마련한 워크숍이었고, 그날 세션의 이름은 소장에 'Vulnerability-Trust exercise'로 적혀 있다. 각자 약한 부분을 꺼내놓아 서로 믿을 만한 사이가 되자는 취지의 프로그램 이다. 같은 자리에서 그는 한 가지를 더 털어놓았다. 2022년 어머니를 여읜 뒤 우울증으로 의사 처방을 받아 케타민 치료를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올해 1월의 일이다. 넉 달 뒤인 3월, 회사 조사관이 그를 불렀다. 소장에 따르면 조사관은 그 이야기를 오락용 마약 사용을 의심하는 투로 꺼냈다. 4월에 그는 해고됐다. 연봉 110만 달러짜리 자리였다. 넷플릭스는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건 한쪽 이야기뿐이다. 그래도 걸리는 대목이 하나 있다. https://www.wsj.com/lifestyle/careers/a-wild-netflix-lawsuit-shows-why-drugs-and-alcohol-dont-mix-with-work-d1a6b826 말은 소비되지 않고 저장된다 우리는 말을 하고 나면 그 말이 공기 중에 흩어졌다고 믿는다. 술자리에서 한 이야기라면 더 그렇다. 다들 취했으니 기억도 흐릿하겠지, 하고 넘긴다. 그런데 듣는 쪽에서 벌어지는 일은 다르다. 말은 소비되는 게 아니라 저장된다. 그리고 저장된 정보의 소유권은 말한 사람이 아니라 들은 사람에게 있다. 내가 지울 수도 없고, 어디에 쓰일지 정할 수도 없다. 더 곤란한 건 저장된 말의 의미가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2년의 치료는 그때는 회복의 기록이었다. 4년 뒤 같은 기록이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사실은 그대로인데 붙는 이름이 바뀐 것이다. 사이가 좋을 때 저장된 정보는 인간적인 일화로 남고, 관계가 틀어지면 같은 정보가 자료가 된다. 워크숍이 문제가 되는 지점도 여기다. 그런 자리는 사람의 경계심을 풀어주도록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거기서 나온 말까지 없애주지는 않는다. 경계는 풀리고 말은 남는다. 그날 목장에서 벌어진 일이 정확히 그랬다. 다짐은 왜 매번 실패했나 남 얘기처럼 쓰고 있지만 나도 다르지 않다. 말이 많은 편이고, 술이 몇 잔 들어가면 굳이 안 해도 될 사생활을 꺼낸다. 그렇게 흘린 말이 몇 달 뒤 다른 얼굴로 돌아오는 걸 여러 번 봤다. 아무리 친한 동기라도, 오래 붙어 일한 동료라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다. 저장된 정보는 원래 그렇게 흐른다. 그래서 다짐했다. 오늘은 말을 아끼자고. 회식 장소로 걸어가면서 매번 그렇게 마음을 먹었고, 매번 실패했다. 우둔해서, 한참 뒤에야 그 이유를 알았다. 이건 자제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술은 정확히 그 다짐을 지키는 기능부터 먼저 끈다. 말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말을 관리하는 능력이 꺼진 상태에서 실행하겠다는 셈이었다. 순서가 처음부터 뒤틀려 있었다. 통제해야 할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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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물구나무를 선 채로 기네스 한 잔을 들이켠 남자가 있다. 넷플릭스 시각효과 부문에서 부사장을 지낸 케빈 베일리다. 스스로 나선 건 아니었다. 동료가 보여달라고 청했고, 그는 응했다. 회사가 마련한 워크숍이었고, 그날 세션의 이름은 소장에 'Vulnerability-Trust exercise'로 적혀 있다. 각자 약한 부분을 꺼내놓아 서로 믿을 만한 사이가 되자는 취지의 프로그램 이다. 같은 자리에서 그는 한 가지를 더 털어놓았다. 2022년 어머니를 여읜 뒤 우울증으로 의사 처방을 받아 케타민 치료를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올해 1월의 일이다. 넉 달 뒤인 3월, 회사 조사관이 그를 불렀다. 소장에 따르면 조사관은 그 이야기를 오락용 마약 사용을 의심하는 투로 꺼냈다. 4월에 그는 해고됐다. 연봉 110만 달러짜리 자리였다. 넷플릭스는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건 한쪽 이야기뿐이다. 그래도 걸리는 대목이 하나 있다. https://www.wsj.com/lifestyle/careers/a-wild-netflix-lawsuit-shows-why-drugs-and-alcohol-dont-mix-with-work-d1a6b826 말은 소비되지 않고 저장된다 우리는 말을 하고 나면 그 말이 공기 중에 흩어졌다고 믿는다. 술자리에서 한 이야기라면 더 그렇다. 다들 취했으니 기억도 흐릿하겠지, 하고 넘긴다. 그런데 듣는 쪽에서 벌어지는 일은 다르다. 말은 소비되는 게 아니라 저장된다. 그리고 저장된 정보의 소유권은 말한 사람이 아니라 들은 사람에게 있다. 내가 지울 수도 없고, 어디에 쓰일지 정할 수도 없다. 더 곤란한 건 저장된 말의 의미가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2년의 치료는 그때는 회복의 기록이었다. 4년 뒤 같은 기록이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사실은 그대로인데 붙는 이름이 바뀐 것이다. 사이가 좋을 때 저장된 정보는 인간적인 일화로 남고, 관계가 틀어지면 같은 정보가 자료가 된다. 워크숍이 문제가 되는 지점도 여기다. 그런 자리는 사람의 경계심을 풀어주도록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거기서 나온 말까지 없애주지는 않는다. 경계는 풀리고 말은 남는다. 그날 목장에서 벌어진 일이 정확히 그랬다. 다짐은 왜 매번 실패했나 남 얘기처럼 쓰고 있지만 나도 다르지 않다. 말이 많은 편이고, 술이 몇 잔 들어가면 굳이 안 해도 될 사생활을 꺼낸다. 그렇게 흘린 말이 몇 달 뒤 다른 얼굴로 돌아오는 걸 여러 번 봤다. 아무리 친한 동기라도, 오래 붙어 일한 동료라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다. 저장된 정보는 원래 그렇게 흐른다. 그래서 다짐했다. 오늘은 말을 아끼자고. 회식 장소로 걸어가면서 매번 그렇게 마음을 먹었고, 매번 실패했다. 우둔해서, 한참 뒤에야 그 이유를 알았다. 이건 자제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술은 정확히 그 다짐을 지키는 기능부터 먼저 끈다. 말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말을 관리하는 능력이 꺼진 상태에서 실행하겠다는 셈이었다. 순서가 처음부터 뒤틀려 있었다. 통제해야 할 대상은 내 입이 아니라 내가 앉는 자리 였다. 그래서 나는 회식을 웬만하면 가지 않는다. 극단적인 방법이란 걸 잘 안다. 그럼에도 내가 참석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사회생활'보다 나에게 남은 것 그건 바로, '사회생활'이라는 미명 대신 나에게 축적된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시간 이다. 두어 시간의 술자리와 그다음 날 오전의 흐릿한 머리까지 합치면 하루의 상당 부분이 소실된다. 나는 차라리 그 시간에 읽고, 글을 쓴다. 몸무게가 줄었고, 덕분에 새벽에 맑은 정신으로 일어나서 이불을 개고, 신문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지나고 보니, 내가 아낀 건 '말'만이 아니었던 셈 이다. 케빈 베일리는 회사가 시킨 대로 솔직했다. 그리고 그 솔직함의 값을 소송으로 되찾으려 하고 있다. 우리 대부분은 소송을 걸 만한 액수도, 물구나무를 서서 맥주를 마실 만한 재주도 없다. 다만 자리 하나를 고를 권한은 있다. 오늘 저녁 그 자리에 가지 않는다면, 나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잃는 걸까. 계산해볼 만한 값이 아닐까. #직장생활 #회식문화 #넷플릭스 #조직문화 #커리어관리 #시간관리 #금주 #직장인처세 #모소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