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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 블로그 bambooinvesting 2026.08.04 11:10

솔직하게 말해보라던 그 자리가, 가장 비싼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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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요약

물구나무를 선 채로 기네스 한 잔을 들이켠 남자가 있다. 넷플릭스 시각효과 부문에서 부사장을 지낸 케빈 베일리다. ​ 스스로 나선 건 아니었다. 동료가 보여달라고 청했고, 그는 응했다. 회사가 마련한 워크숍이었고, 그날 세션의 이름은 소장에 'Vulnerability-Trust exercise'로 적혀 있다. 각자 약한 부분을 꺼내놓아 서로 믿을 만한 사이가 되자는 취지의 프로그램 이다. ​ 같은 자리에서 그는 한 가지를 더 털어놓았다. 2022년 어머니를 여읜 뒤 우울증으로 의사 처방을 받아 케타민 치료를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올해 1월의 일이다. 넉 달 뒤인 3월, 회사 조사관이 그를 불렀다. 소장에 따르면 조사관은 그 이야기를 오락용 마약 사용을 의심하는 투로 꺼냈다. 4월에 그는 해고됐다. 연봉 110만 달러짜리 자리였다. 넷플릭스는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건 한쪽 이야기뿐이다. 그래도 걸리는 대목이 하나 있다. https://www.wsj.com/lifestyle/careers/a-wild-netflix-lawsuit-shows-why-drugs-and-alcohol-dont-mix-with-work-d1a6b826 ​ 말은 소비되지 않고 저장된다 우리는 말을 하고 나면 그 말이 공기 중에 흩어졌다고 믿는다. 술자리에서 한 이야기라면 더 그렇다. 다들 취했으니 기억도 흐릿하겠지, 하고 넘긴다. 그런데 듣는 쪽에서 벌어지는 일은 다르다. 말은 소비되는 게 아니라 저장된다. 그리고 저장된 정보의 소유권은 말한 사람이 아니라 들은 사람에게 있다. 내가 지울 수도 없고, 어디에 쓰일지 정할 수도 없다. ​ 더 곤란한 건 저장된 말의 의미가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2년의 치료는 그때는 회복의 기록이었다. 4년 뒤 같은 기록이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사실은 그대로인데 붙는 이름이 바뀐 것이다. 사이가 좋을 때 저장된 정보는 인간적인 일화로 남고, 관계가 틀어지면 같은 정보가 자료가 된다. ​ 워크숍이 문제가 되는 지점도 여기다. 그런 자리는 사람의 경계심을 풀어주도록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거기서 나온 말까지 없애주지는 않는다. 경계는 풀리고 말은 남는다. 그날 목장에서 벌어진 일이 정확히 그랬다. 다짐은 왜 매번 실패했나 남 얘기처럼 쓰고 있지만 나도 다르지 않다. 말이 많은 편이고, 술이 몇 잔 들어가면 굳이 안 해도 될 사생활을 꺼낸다. 그렇게 흘린 말이 몇 달 뒤 다른 얼굴로 돌아오는 걸 여러 번 봤다. 아무리 친한 동기라도, 오래 붙어 일한 동료라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다. 저장된 정보는 원래 그렇게 흐른다. ​ 그래서 다짐했다. 오늘은 말을 아끼자고. 회식 장소로 걸어가면서 매번 그렇게 마음을 먹었고, 매번 실패했다. ​ 우둔해서, 한참 뒤에야 그 이유를 알았다. 이건 자제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술은 정확히 그 다짐을 지키는 기능부터 먼저 끈다. 말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말을 관리하는 능력이 꺼진 상태에서 실행하겠다는 셈이었다. 순서가 처음부터 뒤틀려 있었다. ​ 통제해야 할 대상 ============================================================

📷 이미지 (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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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물구나무를 선 채로 기네스 한 잔을 들이켠 남자가 있다. 넷플릭스 시각효과 부문에서 부사장을 지낸 케빈 베일리다. ​ 스스로 나선 건 아니었다. 동료가 보여달라고 청했고, 그는 응했다. 회사가 마련한 워크숍이었고, 그날 세션의 이름은 소장에 'Vulnerability-Trust exercise'로 적혀 있다. 각자 약한 부분을 꺼내놓아 서로 믿을 만한 사이가 되자는 취지의 프로그램 이다. ​ 같은 자리에서 그는 한 가지를 더 털어놓았다. 2022년 어머니를 여읜 뒤 우울증으로 의사 처방을 받아 케타민 치료를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올해 1월의 일이다. 넉 달 뒤인 3월, 회사 조사관이 그를 불렀다. 소장에 따르면 조사관은 그 이야기를 오락용 마약 사용을 의심하는 투로 꺼냈다. 4월에 그는 해고됐다. 연봉 110만 달러짜리 자리였다. 넷플릭스는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건 한쪽 이야기뿐이다. 그래도 걸리는 대목이 하나 있다. https://www.wsj.com/lifestyle/careers/a-wild-netflix-lawsuit-shows-why-drugs-and-alcohol-dont-mix-with-work-d1a6b826 ​ 말은 소비되지 않고 저장된다 우리는 말을 하고 나면 그 말이 공기 중에 흩어졌다고 믿는다. 술자리에서 한 이야기라면 더 그렇다. 다들 취했으니 기억도 흐릿하겠지, 하고 넘긴다. 그런데 듣는 쪽에서 벌어지는 일은 다르다. 말은 소비되는 게 아니라 저장된다. 그리고 저장된 정보의 소유권은 말한 사람이 아니라 들은 사람에게 있다. 내가 지울 수도 없고, 어디에 쓰일지 정할 수도 없다. ​ 더 곤란한 건 저장된 말의 의미가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2년의 치료는 그때는 회복의 기록이었다. 4년 뒤 같은 기록이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사실은 그대로인데 붙는 이름이 바뀐 것이다. 사이가 좋을 때 저장된 정보는 인간적인 일화로 남고, 관계가 틀어지면 같은 정보가 자료가 된다. ​ 워크숍이 문제가 되는 지점도 여기다. 그런 자리는 사람의 경계심을 풀어주도록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거기서 나온 말까지 없애주지는 않는다. 경계는 풀리고 말은 남는다. 그날 목장에서 벌어진 일이 정확히 그랬다. 다짐은 왜 매번 실패했나 남 얘기처럼 쓰고 있지만 나도 다르지 않다. 말이 많은 편이고, 술이 몇 잔 들어가면 굳이 안 해도 될 사생활을 꺼낸다. 그렇게 흘린 말이 몇 달 뒤 다른 얼굴로 돌아오는 걸 여러 번 봤다. 아무리 친한 동기라도, 오래 붙어 일한 동료라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다. 저장된 정보는 원래 그렇게 흐른다. ​ 그래서 다짐했다. 오늘은 말을 아끼자고. 회식 장소로 걸어가면서 매번 그렇게 마음을 먹었고, 매번 실패했다. ​ 우둔해서, 한참 뒤에야 그 이유를 알았다. 이건 자제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술은 정확히 그 다짐을 지키는 기능부터 먼저 끈다. 말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말을 관리하는 능력이 꺼진 상태에서 실행하겠다는 셈이었다. 순서가 처음부터 뒤틀려 있었다. ​ 통제해야 할 대상은 내 입이 아니라 내가 앉는 자리 였다. 그래서 나는 회식을 웬만하면 가지 않는다. 극단적인 방법이란 걸 잘 안다. 그럼에도 내가 참석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사회생활'보다 나에게 남은 것 그건 바로, '사회생활'이라는 미명 대신 나에게 축적된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시간 이다. ​ 두어 시간의 술자리와 그다음 날 오전의 흐릿한 머리까지 합치면 하루의 상당 부분이 소실된다. 나는 차라리 그 시간에 읽고, 글을 쓴다. 몸무게가 줄었고, 덕분에 새벽에 맑은 정신으로 일어나서 이불을 개고, 신문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지나고 보니, 내가 아낀 건 '말'만이 아니었던 셈 이다. 케빈 베일리는 회사가 시킨 대로 솔직했다. 그리고 그 솔직함의 값을 소송으로 되찾으려 하고 있다. 우리 대부분은 소송을 걸 만한 액수도, 물구나무를 서서 맥주를 마실 만한 재주도 없다. 다만 자리 하나를 고를 권한은 있다. 오늘 저녁 그 자리에 가지 않는다면, 나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잃는 걸까. 계산해볼 만한 값이 아닐까. ​ #직장생활 #회식문화 #넷플릭스 #조직문화 #커리어관리 #시간관리 #금주 #직장인처세 #모소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