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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요약
1978년 4월 1일, 도쿄 진구구장.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리고 있었지만 외야석은 거의 비어 있었다. 스물아홉 살의 재즈바 주인은 잔디에 누워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야쿠르트의 1번 타자 데이브 힐튼이 초구를 받아쳐 좌중간에 2루타를 보냈다. 배트에 공이 맞는 소리를 들은 순간, 그는 아무 근거도 없이 생각했다.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이 장면에서 시작한다. 나는 그의 소설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이 일화도 자기계발 콘텐츠에서 몇 번 접한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난 뒤에도 계속 남은 것은 그날의 2루타가 아니었다. 2년과 21년. 그가 자신이 가진 것을 버리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가게는 2년, 문체는 21년 무라카미는 1979년 소설가로 데뷔했고, 1981년에는 7년 동안 운영한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당시 발표한 두 편의 소설은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가게는 자리를 잡고 있었고, 소설로 먹고살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주변에서는 당연히 말렸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계속 쓰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그는 두 가지 일을 함께 붙잡고서는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소설을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안정적인 수입을 내려놓고 전업 작가가 됐다. 그런데 같은 책에는 그가 훨씬 오랫동안 바꾸지 못한 것도 나온다. 무라카미는 데뷔 이후 오랫동안 1인칭으로만 소설을 썼다. 그의 이야기는 대부분 ‘나’가 보고 경험한 세계 안에서 진행됐다. 한 권 전체를 본격적인 3인칭으로 쓴 것은 2000년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에 이르러서였다. 데뷔한 지 21년이 지난 뒤였다. 물론 어느 날 갑자기 바꾼 것은 아니다. 긴 편지와 다른 인물의 회상을 끼워 넣고, 두 개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한 사람의 시야 바깥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가게를 정리하는 데는 2년이 걸렸다. 자신의 소설 쓰는 방식을 바꾸는 데는 21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이 순서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밥벌이를 버리는 일이 문장의 시점을 바꾸는 일보다 훨씬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실패보다 성공을 버리기 어렵다 그런데 무라카미가 떠난 것들을 나란히 놓아보니 조금 다른 구조가 보였다. 가게는 망하고 있지 않았다. 이미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노르웨이의 숲』이 수백만 부 팔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가 된 뒤에도 그는 일본을 떠났다. 미국에서는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도, 그의 책을 읽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가게, 일본, 1인칭. 셋 다 그를 힘들게 하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를 성공으로 데려온 것들이었다. 그는 안 되는 것을 버린 사람이 아니었다. 잘되고 있는 것을 떠난 사람이었다. 가게는 계산할 수 있다. 수입과 지출을 놓고 어느 쪽에 더 많은 시간을 쓸지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1인칭은 달랐다. 그것은 단순한 서술 기법이 아니라 그를 데뷔시키고, 문학상 후보에 올리고, 밀리언셀러 작가로 만든 목소리였다. 생계는 내가 가진 것 중 하나지만,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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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1978년 4월 1일, 도쿄 진구구장.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리고 있었지만 외야석은 거의 비어 있었다. 스물아홉 살의 재즈바 주인은 잔디에 누워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야쿠르트의 1번 타자 데이브 힐튼이 초구를 받아쳐 좌중간에 2루타를 보냈다. 배트에 공이 맞는 소리를 들은 순간, 그는 아무 근거도 없이 생각했다.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이 장면에서 시작한다. 나는 그의 소설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이 일화도 자기계발 콘텐츠에서 몇 번 접한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난 뒤에도 계속 남은 것은 그날의 2루타가 아니었다. 2년과 21년. 그가 자신이 가진 것을 버리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가게는 2년, 문체는 21년 무라카미는 1979년 소설가로 데뷔했고, 1981년에는 7년 동안 운영한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당시 발표한 두 편의 소설은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가게는 자리를 잡고 있었고, 소설로 먹고살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주변에서는 당연히 말렸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계속 쓰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그는 두 가지 일을 함께 붙잡고서는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소설을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안정적인 수입을 내려놓고 전업 작가가 됐다. 그런데 같은 책에는 그가 훨씬 오랫동안 바꾸지 못한 것도 나온다. 무라카미는 데뷔 이후 오랫동안 1인칭으로만 소설을 썼다. 그의 이야기는 대부분 ‘나’가 보고 경험한 세계 안에서 진행됐다. 한 권 전체를 본격적인 3인칭으로 쓴 것은 2000년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에 이르러서였다. 데뷔한 지 21년이 지난 뒤였다. 물론 어느 날 갑자기 바꾼 것은 아니다. 긴 편지와 다른 인물의 회상을 끼워 넣고, 두 개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한 사람의 시야 바깥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가게를 정리하는 데는 2년이 걸렸다. 자신의 소설 쓰는 방식을 바꾸는 데는 21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이 순서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밥벌이를 버리는 일이 문장의 시점을 바꾸는 일보다 훨씬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실패보다 성공을 버리기 어렵다 그런데 무라카미가 떠난 것들을 나란히 놓아보니 조금 다른 구조가 보였다. 가게는 망하고 있지 않았다. 이미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노르웨이의 숲』이 수백만 부 팔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가 된 뒤에도 그는 일본을 떠났다. 미국에서는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도, 그의 책을 읽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가게, 일본, 1인칭. 셋 다 그를 힘들게 하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를 성공으로 데려온 것들이었다. 그는 안 되는 것을 버린 사람이 아니었다. 잘되고 있는 것을 떠난 사람이었다. 가게는 계산할 수 있다. 수입과 지출을 놓고 어느 쪽에 더 많은 시간을 쓸지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1인칭은 달랐다. 그것은 단순한 서술 기법이 아니라 그를 데뷔시키고, 문학상 후보에 올리고, 밀리언셀러 작가로 만든 목소리였다. 생계는 내가 가진 것 중 하나지만, 목소리는 나 자신이라고 느끼기 쉽다. 그래서 밥벌이보다 자기 목소리를 내려놓는 일이 더 오래 걸렸는지도 모른다. 실패한 방식은 고쳐야 할 이유를 알려준다. 성공한 방식은 머물러야 할 이유를 계속 만들어낸다. 나도 무엇인가를 반복하고 있다 나 역시 요즘 생업과 글쓰기 사이를 저울질한다. 자료를 파고들고 생각을 글로 만드는 일에 더 집중하면 지금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과 생활을 생각하면 쉽게 움직일 수 없다. 그런데 이 문제는 결국 계산할 수 있는 고민일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의 자산이 필요한지, 글에서 얼마의 수입이 나와야 하는지, 얼마만큼의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지 조건을 정할 수 있다. 정작 내가 더 오래 붙잡고 있는 것은 다른 쪽일 수 있다. 반응이 좋았던 글의 형태, 조회수가 잘 나왔던 제목의 문법, 손에 익은 문단의 리듬. 5년 넘게 글을 쓰면서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게 만든 방식들이다. 이 방식들은 아직 잘 작동한다. 버려야 할 이유도 없다. 바로 그 점이 조금 걸린다. 물론 잘되는 것을 버리면 더 크게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했다가 사라진 사람도 많을 것이다. 우리는 대개 살아남은 사람이 남긴 기록만 읽는다. 무라카미의 삶을 ‘용기 있게 버렸더니 성공했다’는 교훈으로 읽으면 너무 간단해진다. 내게 더 오래 남은 것은 그가 21년 동안 했던 방식이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1인칭을 버리지 않았다.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면서 작은 틈을 만들었다. 편지를 넣어보고, 다른 사람의 기억을 불러오고, 두 개의 이야기를 번갈아 놓았다.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조금씩 다른 목소리를 시험했다. 버린 것이 아니라 넓힌 것에 가까웠다. 그러고 보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대개 이런 변화인지 모른다. 지금 가진 것을 한 번에 내려놓는 결단이 아니라,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 되지 않도록 작은 통로를 하나씩 만드는 일. 평소와 다른 제목을 써보는 것. 결론을 조금 늦춰보는 것. 익숙한 구조를 깨고 한 사람에게 말하듯 써보는 것. 조회수가 나오지 않더라도 이전에는 쓰지 않았던 글을 몇 편 남겨보는 것. 그런 실험이 쌓이면 어느 순간 선택지가 생긴다. 기존의 방식을 버리지 않아도 다른 방식으로 건너갈 수 있는 선택지 말이다. 잘되던 것을 바꾸는 데 21년이 걸린 사람이 있다. 그 이야기를 읽고 나서 내가 쓰는 문장을 다시 바라본다. 이 문장의 모양은 정말 나다운 것일까. 아니면 오랫동안 반복한 끝에, 이제는 나를 편하게 해주는 모양이 된 것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당장 버릴 필요는 없어도, 다른 문장을 하나쯤 써볼 때는 된 것 같다. #무라카미하루키 #직업으로서의소설가 #독서기록 #글쓰기 #문체 #오리지널리티 #성공의함정 #모소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