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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 블로그 bambooinvesting 2026.08.02 10:29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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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요약

1978년 4월 1일, 도쿄 진구구장.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리고 있었지만 외야석은 거의 비어 있었다. 스물아홉 살의 재즈바 주인은 잔디에 누워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 야쿠르트의 1번 타자 데이브 힐튼이 초구를 받아쳐 좌중간에 2루타를 보냈다. 배트에 공이 맞는 소리를 들은 순간, 그는 아무 근거도 없이 생각했다.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이 장면에서 시작한다. 나는 그의 소설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이 일화도 자기계발 콘텐츠에서 몇 번 접한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난 뒤에도 계속 남은 것은 그날의 2루타가 아니었다. 2년과 21년. 그가 자신이 가진 것을 버리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가게는 2년, 문체는 21년 무라카미는 1979년 소설가로 데뷔했고, 1981년에는 7년 동안 운영한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당시 발표한 두 편의 소설은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가게는 자리를 잡고 있었고, 소설로 먹고살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주변에서는 당연히 말렸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계속 쓰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 하지만 그는 두 가지 일을 함께 붙잡고서는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소설을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안정적인 수입을 내려놓고 전업 작가가 됐다. ​ 그런데 같은 책에는 그가 훨씬 오랫동안 바꾸지 못한 것도 나온다. 무라카미는 데뷔 이후 오랫동안 1인칭으로만 소설을 썼다. 그의 이야기는 대부분 ‘나’가 보고 경험한 세계 안에서 진행됐다. ​ 한 권 전체를 본격적인 3인칭으로 쓴 것은 2000년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에 이르러서였다. 데뷔한 지 21년이 지난 뒤였다. ​ 물론 어느 날 갑자기 바꾼 것은 아니다. 긴 편지와 다른 인물의 회상을 끼워 넣고, 두 개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한 사람의 시야 바깥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가게를 정리하는 데는 2년이 걸렸다. 자신의 소설 쓰는 방식을 바꾸는 데는 21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이 순서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밥벌이를 버리는 일이 문장의 시점을 바꾸는 일보다 훨씬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 실패보다 성공을 버리기 어렵다 그런데 무라카미가 떠난 것들을 나란히 놓아보니 조금 다른 구조가 보였다. 가게는 망하고 있지 않았다. 이미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 『노르웨이의 숲』이 수백만 부 팔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가 된 뒤에도 그는 일본을 떠났다. 미국에서는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도, 그의 책을 읽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 가게, 일본, 1인칭. 셋 다 그를 힘들게 하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를 성공으로 데려온 것들이었다. 그는 안 되는 것을 버린 사람이 아니었다. 잘되고 있는 것을 떠난 사람이었다. 가게는 계산할 수 있다. 수입과 지출을 놓고 어느 쪽에 더 많은 시간을 쓸지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1인칭은 달랐다. 그것은 단순한 서술 기법이 아니라 그를 데뷔시키고, 문학상 후보에 올리고, 밀리언셀러 작가로 만든 목소리였다. ​ 생계는 내가 가진 것 중 하나지만, 목소 ============================================================

📷 이미지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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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1978년 4월 1일, 도쿄 진구구장.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리고 있었지만 외야석은 거의 비어 있었다. 스물아홉 살의 재즈바 주인은 잔디에 누워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 야쿠르트의 1번 타자 데이브 힐튼이 초구를 받아쳐 좌중간에 2루타를 보냈다. 배트에 공이 맞는 소리를 들은 순간, 그는 아무 근거도 없이 생각했다.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이 장면에서 시작한다. 나는 그의 소설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이 일화도 자기계발 콘텐츠에서 몇 번 접한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난 뒤에도 계속 남은 것은 그날의 2루타가 아니었다. 2년과 21년. 그가 자신이 가진 것을 버리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가게는 2년, 문체는 21년 무라카미는 1979년 소설가로 데뷔했고, 1981년에는 7년 동안 운영한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당시 발표한 두 편의 소설은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가게는 자리를 잡고 있었고, 소설로 먹고살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주변에서는 당연히 말렸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계속 쓰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 하지만 그는 두 가지 일을 함께 붙잡고서는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소설을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안정적인 수입을 내려놓고 전업 작가가 됐다. ​ 그런데 같은 책에는 그가 훨씬 오랫동안 바꾸지 못한 것도 나온다. 무라카미는 데뷔 이후 오랫동안 1인칭으로만 소설을 썼다. 그의 이야기는 대부분 ‘나’가 보고 경험한 세계 안에서 진행됐다. ​ 한 권 전체를 본격적인 3인칭으로 쓴 것은 2000년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에 이르러서였다. 데뷔한 지 21년이 지난 뒤였다. ​ 물론 어느 날 갑자기 바꾼 것은 아니다. 긴 편지와 다른 인물의 회상을 끼워 넣고, 두 개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한 사람의 시야 바깥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가게를 정리하는 데는 2년이 걸렸다. 자신의 소설 쓰는 방식을 바꾸는 데는 21년이 걸렸다. 처음에는 이 순서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밥벌이를 버리는 일이 문장의 시점을 바꾸는 일보다 훨씬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 실패보다 성공을 버리기 어렵다 그런데 무라카미가 떠난 것들을 나란히 놓아보니 조금 다른 구조가 보였다. 가게는 망하고 있지 않았다. 이미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 『노르웨이의 숲』이 수백만 부 팔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가 된 뒤에도 그는 일본을 떠났다. 미국에서는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도, 그의 책을 읽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 가게, 일본, 1인칭. 셋 다 그를 힘들게 하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를 성공으로 데려온 것들이었다. 그는 안 되는 것을 버린 사람이 아니었다. 잘되고 있는 것을 떠난 사람이었다. 가게는 계산할 수 있다. 수입과 지출을 놓고 어느 쪽에 더 많은 시간을 쓸지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1인칭은 달랐다. 그것은 단순한 서술 기법이 아니라 그를 데뷔시키고, 문학상 후보에 올리고, 밀리언셀러 작가로 만든 목소리였다. ​ 생계는 내가 가진 것 중 하나지만, 목소리는 나 자신이라고 느끼기 쉽다. 그래서 밥벌이보다 자기 목소리를 내려놓는 일이 더 오래 걸렸는지도 모른다. 실패한 방식은 고쳐야 할 이유를 알려준다. 성공한 방식은 머물러야 할 이유를 계속 만들어낸다. ​ 나도 무엇인가를 반복하고 있다 나 역시 요즘 생업과 글쓰기 사이를 저울질한다. 자료를 파고들고 생각을 글로 만드는 일에 더 집중하면 지금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과 생활을 생각하면 쉽게 움직일 수 없다. 그런데 이 문제는 결국 계산할 수 있는 고민일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의 자산이 필요한지, 글에서 얼마의 수입이 나와야 하는지, 얼마만큼의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지 조건을 정할 수 있다. ​ 정작 내가 더 오래 붙잡고 있는 것은 다른 쪽일 수 있다. 반응이 좋았던 글의 형태, 조회수가 잘 나왔던 제목의 문법, 손에 익은 문단의 리듬. ​ 5년 넘게 글을 쓰면서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게 만든 방식들이다. 이 방식들은 아직 잘 작동한다. 버려야 할 이유도 없다. 바로 그 점이 조금 걸린다. ​ 물론 잘되는 것을 버리면 더 크게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했다가 사라진 사람도 많을 것이다. 우리는 대개 살아남은 사람이 남긴 기록만 읽는다. 무라카미의 삶을 ‘용기 있게 버렸더니 성공했다’는 교훈으로 읽으면 너무 간단해진다. ​ 내게 더 오래 남은 것은 그가 21년 동안 했던 방식이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1인칭을 버리지 않았다.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면서 작은 틈을 만들었다. 편지를 넣어보고, 다른 사람의 기억을 불러오고, 두 개의 이야기를 번갈아 놓았다.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조금씩 다른 목소리를 시험했다. ​ 버린 것이 아니라 넓힌 것에 가까웠다. 그러고 보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대개 이런 변화인지 모른다. 지금 가진 것을 한 번에 내려놓는 결단이 아니라,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 되지 않도록 작은 통로를 하나씩 만드는 일. 평소와 다른 제목을 써보는 것. 결론을 조금 늦춰보는 것. 익숙한 구조를 깨고 한 사람에게 말하듯 써보는 것. ​ 조회수가 나오지 않더라도 이전에는 쓰지 않았던 글을 몇 편 남겨보는 것. 그런 실험이 쌓이면 어느 순간 선택지가 생긴다. 기존의 방식을 버리지 않아도 다른 방식으로 건너갈 수 있는 선택지 말이다. ​ 잘되던 것을 바꾸는 데 21년이 걸린 사람이 있다. 그 이야기를 읽고 나서 내가 쓰는 문장을 다시 바라본다. 이 문장의 모양은 정말 나다운 것일까. 아니면 오랫동안 반복한 끝에, 이제는 나를 편하게 해주는 모양이 된 것일까. ​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당장 버릴 필요는 없어도, 다른 문장을 하나쯤 써볼 때는 된 것 같다. ​ #무라카미하루키 #직업으로서의소설가 #독서기록 #글쓰기 #문체 #오리지널리티 #성공의함정 #모소밤부